시골길
2019년 12월 6일 금 오전 12:01
외출 전 하얀 꽃 한 송이 잃어버리고 왔다
다녀올게요
가벼운 인사말이 나이 찬 당목처럼 두껍게 목울대를 울린다
에이, 다녀다 올게요 밤길 헤매지 않을게요 마음은 치맛속에 동여매 둘게요 많이 무르지 않도록 할게요 그럼 나 다녀다가 올게요
제철 굴과 주꾸미 얻으러 연식이 오래된 경차를 몰고 병든 어머니 집에 간다 밤안개 흐릿한 앞길을 도리도 없이 지난다 빼곡한 전깃불 가로등과 건너편 차들의 헤드라이트는 참 부시기만 한데
창문을 검지만치 내려 FM 라디오의 등젖은 사연을 도로에 흘려보낸다 차선이 없는 외딴 흙길을 오른다 돌부리에 차가 요동한다 시골 별은 갈수록 빛이 나고 별을 에워싼 밤은 갈수록 까매진다 사무치지 않도록 할게요 밤길 속도 모르고 위로하지 않을게요 나 다녀올게요 다녀다 올게요…
그러나 온단 말에 잠긴 슬픔이여, 홀로이 밤을 지새우시는…